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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이야기

아까시나무 : 나는 아카시아가 아니야

by 토피taupii 2024.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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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 : Robinia pseudoacacia
분류 : 콩목 콩과 (콩아과) 아까시나무족 아까시나무속

 

이제는 개명한 아까시나무 꽃

 

아까시나무는 콩아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 교목이다. 북아메리카, 특히 미국 남동부가 원산지이며, 북아메리카, 유럽, 아시아의 온화한 지역에 분포한다. 영국인 정착민들이 목재로 썼으며 17세기에 유럽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흔히 '아카시아'라고 알려졌지만 호주가 원산지이며 남반구와 동아시아에 분포하는 아카시아와 아까시나무는 엄연히 다른 식물이다. 같은 콩과지만 아카시아는 실거리나무아과고, 아까시나무는 콩아과이다. 과거에 이 아까시나무가 일본에 들어오면서 '아카시아'로 잘못 불리게 되었는데, 일본에서 한국으로 도입되며 일본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아카시아'라고 불렀던 것이 지금까지 잘못 전해지고 있다.
학명 pseudoacacia의 접두어 pseudo에서 볼 수 있듯 아까시나무는 아카시아와 비슷하다, 혹은 가짜 아카시아다 할 수 있겠다. 일본에서는 이 아까시나무가 사실은 아카시아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이름을 아카시아에서 '가짜 아카시아'로 바꿨다. 영어권에서도 가짜 아카시아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아카시아'라고 잘못 부르다가, 진짜 아카시아를 알게 된 이후 다른 이름으로 바꿔야 할 필요가 생겼고 그래서 '아까시나무'로 바꾸게 되었다. 가시(까시)가 많기도 하지만, 기존에 부르던 '아카시아'라는 이름이 워낙 익숙하기도 해 약간 변형해서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1890년 즈음하여 들여온 것으로 보고 있다. 1891년 일본인 사카키(坂木)가 상하이에서 인천으로 들여왔다는 기록이 있고 경북 성주군에 1890년 전후에 심은 것으로 추정하는 아까시나무도 있다. 1900년대 초에 독일 총영사 크루프의 추천에 따라 초대 조선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가 용산구 육군본부 자리와 경인선 철도변에 처음 심었다. 경성제국대학의 프랑스어 교사 마텔은 나무의 왕성한 번식력을 염려하여 심지 말 것을 건의했지만 총독부는 그의 건의를 무시하고 아까시나무를 심었으며 그 결과 빠른 속도로 전국 각지에 퍼지게 되었다. 이때는 일본인들이 의도적으로 심은, 베어내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골칫거리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나무였다.
한국전쟁 후에 남한에서는 정부가 주도한 산림 녹화 사업이 추진되었는데 이때 전국에 심어지게 되었다. 심지어 난지도에 공원을 조성할 때도 가장 먼저 심은 나무가 바로 아까시나무였다. 번식력이 왕성하고 꽃 모양과 꼬투리에서 알 수 있듯 콩과 식물답게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 질소 고정 능력이 좋아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토양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된다. 황폐해진 민둥산을 푸르게 하며 토질을 향상하는 데는 최적인 나무였던 것이다. 극양수로 주위 나무까지 함께 잘 자라게 한다. 숲 생태계가 안정되면 과하게 번식하여 숲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다른 나무의 번식력에 밀려 경쟁에서 다른 나무를 압도하는 생태계 교란종은 또 아니다. 현재 소나무에 밀려 아까시나무가 사라지는 추세. 
다행히도 아까시나무에 대한 오해가 뒤늦게 밝혀지면서 산림청에서 다시 아까시나무를 심고 있다고 한다. 

수명은 100년 정도로 나무치고는 짧은데 전래된 지 100여 년에 불과해 아직은 한국의 토양에 적응이 덜 되어 50년을 못 넘긴다. 게다가 태풍 시즌이 있어서 아까시나무가 장수하긴 힘든 환경이다. 게다가 밑동 지름이 50센티미터를 넘어 가면 속부터 썩어 비어 간다. 60여 년 된 나무 밑동이 1미터 정도 되므로 성장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지만, 뿌리가 얕고 약해서 나무가 커질수록 비바람에 잘 넘어지는 것도 오래된 나무가 없는 이유이다. 

그러나 한번 뿌리내리면 제거하기도 힘들고 외래종인데 왕성한 번식력으로 야생화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산림청에서도 이와 같은 이유로 아까시나무를 '외래화우려식물'로 지정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는 중이라고 한다.

콩과 식물답게 흔히 볼 수 있는 칡이나 등(우리가 등나무라고 흔히 칭하는 나무)과 모양이 많이 닮았다.

다 자라면 높이는 15미터에서 25미터 정도, 줄기 단면의 지름은 80센티미터 정도이다. 예외적으로 아주 오래된 아까시나무는 높이가 27미터, 줄기 단면의 지름이 1.6미터쯤 된다. 

잎 하나하나의 길이는 2센티미터에서 5센티미터, 폭은 1.5센티미터에서 3센티미터 정도이고, 이런 작은 잎 9~19개가 깃털 모양으로 잎대에 붙어 있는데, 그 전체 길이가 10센티미터에서 25센티미터쯤 된다. 각 잎의 아랫부분에 작은 가시 한 쌍이 있다. 젊은 아까시나무의 가시는 2센티미터 정도 되며, 나이를 먹으면 가시가 없어지거나 밀리미터 크기 정도로 작아진다. 영양가가 높아 가축 사료로도 이용된다.

아까시나무의 꽃은 흰색과 엷은 노란색이고 강한 향기가 나며 먹을 수 있다. 콩과 식물이라서 꽃이 여러 개가 모여 꽃대에 주렁주렁 자라는데, 길이 8센티미터에서 20센티미터이다. 열매는 5센티미터에서 10센티미터 정도이고 꼬투리와 꼬투리 안에 씨앗이 적게는 4개 많게는 10개 정도 들어있다. 씨는 별다른 쓸모가 없고 말려서 땔감으로 이용하는 정도이다.

인식과는 달리 목재로도 쓸만해 많이 사용되는 종 중 하나이다. 질기고 단단하여 내구성이 좋아 토목공사나 건축용 구조목 등으로 쓸 수 있다. 다만 마르면 너무 단단해지고 뒤틀리며 갈라져서 가공성이 떨어지게 되어 가구 등 고급 목재로는 활용하기 어렵다. 90년대 기술이 부족할 때는 높은 가공비용 때문에 가구용으로는 사용하지 못했으나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가공비용이 낮아져서 목질부의 색차를 살리는 방법으로 가공하여 가구 마감용 집성목 판재로 이용하는 일이 많아졌다.

꽃 향기가 강하고 아주 좋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아카시아향(아까시향)은 사실 합성한 인공향이다. 꽃으로 화전에 이용하거나 밀가루 반죽을 묻혀 튀김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차로 마시기도, 샐러드처럼 다른 채소들과 함께 무쳐서 먹기도 하는데 잎 이외의 다른 부위에는 렉틴이라는 독성분이 있어 식용할 수 없다. 당연히 꽃도 익히지 않고 생식할 경우 중독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대표적인 밀원식물이다. 꿀은 아까시나무꽃 특유의 향기가 강하게 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맛이 부드럽고 색이 옅기 때문에 제과, 제빵, 차, 음료에 넣어 먹기 좋다.

호주 원산의 진짜 아카시아의 꽃은 정말 확실한 노란색으로 모양도 색도 아까시나무의 꽃과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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