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 Lycoris radiata
분류 : 비짜루목 수선화과 상사화속
비짜루목 수선화과에 속하는 구근성 여러해살이 관속식물이다. 앞서 포스팅한 식물 중 하나인 맥문동과 마찬가지로 크론퀴스트 분류 체계로는 백합과이다. 관상용으로 중국에서 들여온 원예식물로 우리나라 및 중국, 일본 등에 분포한다. 산기슭, 강가의 바위 근처 등 해가 잘 비추되 습기가 많은 곳에서 무리 지어 잘 자란다. 야생 상태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관상용으로도 많이 식재한다. 보통 봄에 심어 9월에서 10월 사이인 가을에 한 달 정도 꽃이 핀다.
정식 한국어 이름은 돌마늘이라는 뜻의 한자어 석산(石蒜)이다. 이 뜻대로 돌마늘 역시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비늘줄기의 외형이 마늘과 비슷하게 생겼다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널리 알려진 꽃무릇이라는 이름은 석산의 다른 이름으로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올라가 있다. 이 문서에서는 석산이라고 칭하도록 한다.
비늘줄기는 공처럼 생겼다. 색깔은 흑갈색이고, 줄기 지름은 1센티미터에서 3센티미터 정도이다. 비늘 줄기에는 독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해독 작용 또한 함께 가지고 있다고 한다. 독성이 있기 때문에 삶아서 식용하기도 한다.
잎은 선형으로 길쭉하며 2장에서 6장이 포개져 나며, 길이는 25센티미터에서 40센티미터, 너비는 0.5센티미터에서 1.5센티미터 정도이고, 10월 가을 무렵에 돋아나서 한 다발씩 뭉쳐 겨울을 지내고 다음 해 5월 봄 즈음 되면 차차 시들어 없어진다.
꽃줄기는 녹색으로 높이는 약 30센티미터에서 60센티미터 정도이며, 2장의 포는 피침형이다. 봄 무렵 작년에 돋아났던 잎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 후에 꽃줄기가 돋아나와 자라서 꽃이 핀다.
작은꽃줄기의 길이는 0.5센티미터에서 1.5센티미터 정도이다.
꽃은 마치 바람개비처럼 긴 줄기 끝에 꽃만 달린 것처럼 보인다. 9월에서 10월 사이에 피는데 꽃대 머리에 산형 꽃차례로 적게는 네 개 많게는 일곱 개의 붉은 낱꽃이 무리 지어서 모여 달리며 커다랗게 핀다. 화통은 약 0.5센티미터 길이이며, 화피 편은 길이 3센티미터에서 5센티미터, 너비는 0.5센티미터에서 0.8cm센티미터 정도이고, 약간 뒤로 말린 듯 젖혀지는 형태이다. 주름이 좀 져 있다. 방사형으로 붙는 산형화로 여섯 장의 꽃잎이 붙어 있다. 수술은 화피 편보다 2배 이상 길다. 수술 6개, 암술 1개에 꽃과 같은 색이다. 꽃이 진 뒤에 잎이 나오는 특징이 있어 꽃과 잎이 동시에 피지 않는다.
열매는 구형의 장과. 원산지인 중국의 장강 유역에서 자라는 석산은 이배체로 씨가 맺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자라는 석산은 삼배체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파종 번식은 불가능하고 구근이나 비늘줄기로 번식하는데 보통 알뿌리보다는 비늘줄기로 번식하는 경우가 많다. 구근 번식의 경우 석산의 휴면기인 6월에서 7월 사이에 옮겨심는다.
석산은 월동이 가능하지만 여름이 엄청 무더워 구근이 단단하게 자라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그래서 여름이 덥지 않은 지역에서는 온실에서만 월동할 수 있다.
광량이 충분한 편이 좋기는 하지만 그늘에서도 잘 자란다. 화분에 심은 경우 꽃이 피거나 잎이 푸르게 살아있을 때는 아침 햇살을 충분히 받도록 하고, 휴면 중인 6, 7월에는 밝지만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그늘에 둔다. 겉흙이 마르면 물을 충분히 준다.
뿌리에는 수용성 독성분인 니코틴이 포함되어 있고 비늘줄기에 알칼로이드를 많이 포함한 유독 식물이다. 따라서 잘못 먹었을 때는 구역질, 설사 증세가 있을 수 있고 심한 경우에는 중추신경 마비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집 대문 안에 심지 않았다고도 하며 또한 집 담장 밖이나 논밭의 둑에 석산을 심어 두면 해충이나 쥐, 두더지 그리고 이들이 주로 먹는 지렁이 등 인간의 건강과 작물을 해치는 존재들을 방재할 수 있어서 일부러 심기도 했다.
한방에서는 해열, 거담, 진통제로 사용하였고 항암 성분도 발견되었다고 하지만 반드시 주의해야 하며 임의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
정식 명칭인 석산 말고도 아주 다양한 이름이 있는데 피처럼 새빨간 붉은 색 꽃과 식물 자체에 들어있는 독성분 때문에 먹으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인식 탓인지 특히 동아시아 쪽에서는 죽음과 관련된 이름이 많다. 사인화(死人花), 장례화(葬礼花), 유령화(幽霊花), 지옥화, 면도날꽃, 저승화, 기아화(棄兒花), 산오독, 산두초, 여우꽃(狐草), 꽃무릇, 붉은가재무릇, 노아산, 야산 등의 이름이 있고, 리코리스, 만주사화 등의 별칭으로도 불린다.
별명인 '만주사화'는 법화경 같은 불경에서 유래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만주사화는 '하얗고 부드러운 꽃'으로 실제 석산과는 매우 다르긴 하다.
꽃말은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대체적으로는 죽음과 관련 있지만 꽃과 잎이 동시에 피지 않는 특징 때문에 그리움이나 짝사랑의 뜻이 담긴 경우도 많다. 내려오는 이야기들이 역시 죽음과 그리움과 추억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죽음에 관한 꽃말로 죽음과 환생이, 그리움에 관한 꽃말로 슬픈 추억과 잃어버린 기억이라는 꽃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석산은 절에서 많이 길렀는데, 석산에 들어있는 전분으로 풀을 쑤어 탱화 등을 그리고 탱화의 색을 보호 유지하는 데 활용하였다. 이제는 탱화의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석산을 기르지 않지만 많은 절에서 여전히 석산을 가꾼다. 전북 고창군 선운사, 전남 영광군 불갑사, 전남 함평군 용천사 등에 주요 군락지가 있고 울산 대왕암 공원 등 넓은 지역에 식재하여 개화 시기에 지역 축제를 열기도 한다. 새빨간 꽃들이 무더기로 만개하면 꽤 화려하다.
관상용으로도 석산은 가치가 높아 아파트나 주택의 화단이나 도로변, 공원, 학교 등에 관상과 조경을 위해 심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는 일본에서 흔하긴 한데, 구황작물로 이용하는 일도 많았다. 특히 알뿌리에 전분 성분이 많아서 기근 때 먹을거리로 이용했었다. 석산의 독이 수용성이라 가능했는데 물에 충분히 담가두거나 오래 삶는 등의 처리 후 먹었다고 한다.
상사화와는 비슷해 보이고 헷갈리는 사람도 많으며 심지어 같은 것이라고 너무나도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실은 다른 식물이다. 석산과 상사화 모두 수선화과 상사화속으로 분류체계에서 속까지가 같으니 비슷해 보이지만 종이 다르다. 엄연히 둘은 다른 식물이라는 얘기이다. 원산지, 크기, 자생 형태, 잎 모양, 잎과 꽃의 피는 순서도 다르다. 둘 다 꽃과 잎이 동시에 피지 않지만 석산은 꽃이 핀 후 꽃이 모두 지고 잎이 피는 순서지만 상사화는 잎이 먼저 피고 난 후 꽃이 피는 순서이다. 또한 개화 시기도 석산이 9~10월인 반면 상사화는 그보다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이르다. 시기적으로 상사화가 져야 석산이 피는 것이다.
지역 축제 중 석산이 중심인 축제로 유명한 것이 바로 영광 불갑산 상사화 축제. 사실 상사화가 아니라 석산이 맞다. 이렇듯 지역 축제에서조차 이름을 헷갈릴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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